한글의 모양/대패질

인생은 요상하다.

chaspen 2010. 7. 14. 01:45

대패질...

 

요즘 누가 대패질을 할까.   목공소에서도 잘 안 쓴다.  목수들도 거의 안 쓴다.

 

전기톱 전기대패가 있는데.. 구태여 힘들여 손대패질을 한단 말인가..

 

 

 

나는 대패질을 안해본지가 20년, 아니 30년은 된 듯하다.

 

망치와 끌과 대패는 항상 나의 친구였다.

 

그냥 집을 고치고 부수고 또 고치고 하다보면 이런 연장은 항상 있어야만 했다.

 

인건비가 비싸서 기술자를 사서 헌집을 고친다는것은 생각도 해 보질 안했다.

 

목공은 기본이고 미장 전기 도배 등 모두 혼자 했는데

 

재료만 있으면 항상 만족하였다.   회사에서 퇴근후 집에 오면 집을 부수고

 

고치느라고 집안은 언제나 시멘트 먼지와 대패밥으로 지저분 했다.

 

아내는 항상 불평이 대단했다. 

 

치우지는 않고 밤낮으로 어질기만 한다고 하면서도

 

집을 수리하고 고친후에는 흐믓해 하는듯 했다.

 

 

 

천정을 뜯어 다시 만들고,  방바닥을 파내고 연탄보일러를 설치하고,

 

쓰레기장에 버린 석유난로를 주어다가 보일러 시설을 하고,

 

기본적인 연장은 항상 창고에 있었지만 경비를 아끼느라

 

재료는 항상 부족하였다. 

 

 

 

심지어,  재개발로 집이 헐리기 직전에 문간에 큰방이 있었는데

 

한쪽 벽이 조금무너지고 천정이 내려앉아 가는것을 보고

 

벽을 새로 쌓고 천정을 고치고 도배를 새로하고 방 구들을 뜯고 방바닥 밑에

 

쥐구명을 막고,  터진 마루바닥고을 새로 고치고 나니 신혼방 같이 보였다.

 

마치 정든님을 마지막으로 보내듯 정성들여 손질을 하듯이

 

가족을  장사 지내듯 정성스럽게 옷을 입히고 얼굴에 화장을 해서

 

꽃으로 장식된 관에 넣어 화장장으로 보내듯 그렇게 꾸며서

 

철거하도록 집을 내 주었다.

 

 

 

 

재개발로 집이 철거되면서 새로지은집에 전세로 들어가면서 부터

 

집을 고칠일이 없었다.

 

고작해야 일년에 한 두번 정도 전구를 교체한다거나

 

벽에 못을 박는일 정도였다.

 

연장은 녹슬고 보관할 장소도 없어서

 

모두 남에게 주어 버렸다. 

 

 

---

 

 

최근에 어떤 지인으로부터 원룸을 구입했는데 임대가 안 나간다고 한번

 

같이 가서 보자고 하길래,  무심코 따라 가보았다.

 

리모델링을 했는데,  외벽에 돌을 붙이고, 배관을 새로하고 각 방에 보일러를

 

설치하고 각 방마다 주방을 신설했는데,  결국 거액만 쓰고 사람사는 냄새는

 

전혀 안난다.  통풍도 안되어 복도에는 악취가 풍기고 30개의 방 중에서

 

20여개는 곰팡이가 벽지사이로 너덕너덕하고,  임대는 단 두집만이 살고 있다.

 

 

옥상에 비둘기는 떼지어 앉아있고  날아간 자리는 비둘기 똥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지하실은 환기가 안된데다, 정화조파이프가 벽속에서 누수되어

 

요상한 냄새가 지하에서 각 층으로 올라온다.

 

지하펌프도 잘 안되어  장화없이는 지하에 내려갈 수가 없다.

 

철문은 녹슬어 모두 녹아내렸고, 

 

천정의 녹슨 보일러 파이프는 천정에 너덕너덕 붙어있다.

 

.....

 

참을 수 없는 감정에 복받쳐 나는 주인에게 소리쳤다.

 

"이 집을 내게 맡겨 주시오."

 

"옥상 방수는 물론이고 방의 도배와 수평이 안 잡힌 방다닥 미장까지

 

지하실 바닥공사 까지도 내가 직접 해 드리리다." 

 

"그 대신 연장과 재료는 반드시 사 주셔야 합니다. "

 

주인은 쾌히 승낙하고 즉시 업무를 실시하라고 했다.

 

 

...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두 시간정도 걸리는 인천항 근처까지

 

아침 일찍 출근한다.

 

...

 

그동안 세상은 많이 변했다.

 

요즘은 손재주 만으로 공사 하는것이 아니라, 

 

각종 공구로 작업을 한다.  거기에다 대충 땜질만하는 작업이 아니고

 

정밀하게 작업을 해야만 한다.

 

수십가지의 작업공구를 다루어야 거대한 빌딩을 개끗하게 수리할 수 있다.

 

3개월여에 걸쳐 공구사용법을 익혀 하나하나 각종 작업을 하고나니

 

오물통에 빠진것 같은 건물이 조금씩 숨을 쉬기 시작한다.

 

바닥공사를 하느라,  모래를 질통에 지고 옥살까지 올라가고

 

40키로가 넘는 시멘트를 지고 올라가서 공사를 직접한다.

 

"내 나이가 얼만데, 지금에야 이런일을 하나."고 생각이 들지만

 

몸은 고되도 일은 마음먹을대로 되어간듯했다.

 

 

 

지하실은 닥트시설을 직접해서 탁한 공기를 옥상으로 배출하고, 

 

누전으로 전선이 타버린 전선을 새로 교체하고  전기 배전반공사도 모두 새로 했다.

 

막힌 복도의 창문들을 모두 깨버리고 문틀을 해서 방충망을 부착해서 외부공기를

 

소통시켜 입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에 이르렀다.

 

 

천정으로 수도관이 지나가면서 각층에서 누전되어 정전이 된다.

,

천정을 뜯어내고 들어가서 좁은 천정  위에 꽂힌 못을 피하면서 기어서 전기공사를 하고,

 

지하실 고장난 배수시설을 새로해서 바닥에 물이 고이지 않게 하고

 

외부 공기를 유통시켜 쾌적하게 했다.   외벽을 헐고 배관공사를 별도로 한다.

 

 

최근에는 30여개의 창문에 방충만을 설치해야 하는데 업자에게 맡기면

 

공사비(일천오백만원)가 엄청나다. 

 

생각끝에 전기톱을 사고 끌을 사고 대패를 사서  나무로 샤시공사를 대신하기로 했다.

 

각목에다 망충망을 붙이는 공사를 하면 재료비가 10만원도 안 든다.

 

 

 

알미늄사시를 자로 재서 길이를 측정해서

 

나무를 잘라 홈을 파고,  대패질을 했다.

 

너무 오랫만에 잡아본 대패질이라,  옹이가 많은 소나무각목에 대패질이 안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대패는 이내 손에서 자리를 잡더니,

 

종이 위에 내가 잘쓰는 글씨를 쓰듯이

 

그림을 그리듯이,   항상 대패질을 하고 지금까지 살아오듯이,

 

아주 부드럽게 나무결을 살려가며 예전보다더 예술적으로

 

작업이 되어간다. 

 

 

그렇게 오랫동안 머리로 공부한 영어와 한문은 모두 잊어가는데

 

손으로 익힌 옛솜씨는 하나도 변한것이 없이 오히려

 

더 세밀하게 작업이 되어간다.

 

 

 

요즘,  손 대패질한 나무로 테두리를 해서 방충망을 고층에 설치한

 

곳은 최근 보질 못한것 같다.   아니 미장도 마찬가지다.

 

방바닥을 새로하는데 수평을 잡아가면서 공사를 마쳤는데,

 

누가 보아도 전문가의 솜씨 그것이다.

 

....

 

이곳에 오자마자 다른곳에서 근무하라고 통지가 왔다.

 

보수도 더 많고 시간도 더 많은 직종이라 마음이 땡기지만

 

이 일을 그만두고 그곳에 갈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속히 정상화해서 다른이에게 차질없이 넘겨주고 떠나리라는

 

생각에 작업도우미와 열심을 다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

 

.....

 

 나에게 이런일이 맡겨질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집을 아끼고 사랑했던 나에게 이런일이 적합해서 일까?

 

 

나는 철공은 15세부터 했지만,

 

목공이나 미장, 전기, 배관, 조적등을 정규적으로 배운적이 없다.

 

 

어느 누구의 부르심일까..    이 일이 내게 참으로 맞는 일일까.

 

보수할 집을 보면 모든 잡념이 사라진다. 

 

어떤일을 보아도 모두가 나의 밥이고, 주인에게는 감동을 줄 뿐이다.

 

인생은 참으로 모를 일이다. 

 

그리고 요상하다. 

 

신비롭고 아름답다.   

 

그러나 정직하게 살아야 하겠다. 

 

집사람이 자재비 한푼도 더 붙이지 말고 봉급만 받으라고 한다.  

 

 이것을 지키다보니 일이 즐거울 뿐이다.

 

 

다음주는  마당에 정화조 보수공사를 하고 고장난 에어컨들을 수리해야 하겠다. 

 

 

우리 친구들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까. 

 

이것은 종안이의 궁금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