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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꼭지

chaspen 2013. 4. 2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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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수도꼭지는 수돗물이 조금씩 떨어지면 철물점에 가서

고무박킹을 사서

수도꼭지를 분해해서 노후로 물이 새는

고무박킹을 갈아 끼우면 수도꼭지를

10년 이상 정상적으로 사용 할 수 있었다

최근에 온수 냉수를 겸해서 사용 할 수 있는

수도꼭지가 나오면서부터

수도꼭지는 분해를 할 수 없게 제작되었다.

혹 특수 연장으로 분해를 했다고 하더라도

내부에 자주 문제가 된 고무박킹

만을 별도로 파는 곳은 없다

또 분해를 하고 재 조립을 했을 경우

반드시 고장이 나도록 설계 되어있다.

그래서 비록 적은 물이지만 한 방울이라도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날이면

고액의 수도꼭지를 모두 갈아야 한다

특히 욕실용 샤워기까지 붙은 수도꼭지는 고액이다

작업 연장이 없고 기술이 없어 업자를 부르면

하루 일당을 주어야 하는

부담이 크지만 어쩔 수 없이 작업을 의뢰하게 마련이다.

.......

3년 전 인가 수돗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욕실 수도꼭지가 품질이 낮아

그런가 생각이 들어 고액을 들어

고급 욕실수도꼭지로 직접 교체 작업을

해서 잘 사용하고 있던 중

얼마 전부터 다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 한다

그때 6만원인가 주고 업자한테 직접 구매한 것이라

10년은 무난히 쓸 것

이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겨우 3년 정도라니....

이번에는 또 어떤 수도꼭지를 사야하나...

낮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은 저녁 퇴근하고 집에 오면 화장실에 있는

수도꼭지 밑에 받쳐둔 프라스틱 물통에 한 가득 차 있다

저녁에는 수압이 낮 시간대 보다 더 세서 그런지

물이 낮 보다 더 자주 떨어 진다

물이 너무 소량으로 떨어지다 보니 수도 계량기도 전혀 안 돌아 간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 고인 물로 세수하고 변기에

흘려 보내기 안성 맞춤이다

......

국회의원 정x철 어머니가 이렇게 물을 아껴 썼다고 하던데

이제 우리도 이렇게 물세를 절약하게 되었네...

(살림살이에는 도인이 된 아내의 말씀이다)

......

1962년도에 수색에서 이삿짐을 리어카에 싣고

이 곳 약수동까지 50여리를

무악재를 넘고 홍제동재를 넘고 독립문을 지나

종로를 가로 질러 을지로를 죽 따라서

장충단고갯길을 넘어 약수동 산동네에 둥지를 튼지

50여년이 넘었다

그때는 수돗물이 너무 귀해서 산꼭대기에서 물지게를 지고

금호동시장까지 내려가서 물을 길러다 먹었다

체력이 왕성한 나는 양철동이 두개를 물지개에 지고 산꼭대기까지

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좌로 우로 흔들리는 물동이에 발걸음을 맟추어

물을 져 날랐다.

물 잘 길어온다고 동네에 일려지면서

물장수 알바를 하기도 하였다.

....

수돗물이 나오는 날은 좋은 날이다.

수돗물이 매일 나오는것도아니다.

이럴 때는 물지개를 지고 약수동 해병대산 바위아래 약수물이

나오는 곳으로 간다.

물은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고

밤새 받아도 양동이 몇 개 분량 밖에 안 되는데

양동이는 10개가 넘게 줄을 서고 있다.

밥 할 물이 없다고 새치기해서 먼저 받아가는 아주머니

아이가 울어서 기다길 수 없어

물 한바가니 동냥해 가는 젊은 여인

목 마르니 우선 한 모금 또 새치기해 마시고...

하늘에 총총한 별을 보며

생각나지 않는 긴 이야기를

옆집 여자애와 나누던 약수터

밤 이슬을 맞아가며 물동이를 지키던 그 밤을...

.....

아내를 만난 건 그 후 10년 후의 일이라

나만의 기억일 뿐이다

.....

자고 나면 고이는 약수물

나갔다 돌아오면 다시 고이는 약수물

....

차라리 이런 수도꼭지나 만들어서

특허나 내 볼까 (또 헛 된 망상..)

은행 통장에 나도 모르게 넣어 주는

천상의 복이 쌓이고

퍼내면

또 고이고...

딱 이 정도만.....

1초에 한방울정도만 떨어진다

더 이상 바랄게 없다.

(물받이 다라이를 더 큰 것으로 받쳐야지...)

이제 물 세는 수도꼭지가 아닌

물을 보태주는 복 꼭지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