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이 늦은듯하여 지하철역으로 급히 달려간다.
주머니에서 교통카드를 찾아본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할 수 없이 은행BC카드로 지하철역을 통과하지만
이것도 얼마가지 못하여 또 분실하곤 한다.
카드표면이 매끄러워 조금만 다른 곳에 신경쓰다보면
어느새 주머니에서 빠져나가 버린다.
은행에 가서 결재카드를 신청하고 배송되기까지
카드사용을 못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가급적 은행카드를 사용치 않으려고 하나
새로 산 교통카드는 얼마가지 못하여 또 분실한다.
몇 년 전부터 건망증이 심해진 것 같다.
요즘은 교통카드를 파는 곳도 별로 없어 새로 사기도 불편하다.
현금을 주고 지하철을 타면 버스환승이 안 된다.
추석을 맞이하여 집에 며느리 사위가 찾아온다고 한다.
집을 청소하고 방을 소제하고 몇 개나 되는
헌 가방을 정리하던 중 무언가 책갈피 같은 것이 나온다.
“2009 NDM 총동문회 송년의 밤”
작년에 교통카드를 기념품으로 준 것이었는데
가방에 두고 까맣게 잊어버렸던 것이다.
뒷면 사진에는 무슨 지하철 유리창같이 길게 늘어진
사진이 보인다.
‘교통카드 이니까, 지하철사진을 넣었겠지’
무심코 지나치다가 다시 한 번 사진을 보았다.
남대문초등학교 6학년 때 공부하던 교실이었다.
2층 긴 복도를 따라 6학년1반부터 6반까지 교실이
있었던가? 내 교실은 건물 끝 2층 이었던가?
산수시간이면 친구들이 선생님한데 많이 두들겨 맞았던
교실이었는데...
새삼스럽게 새록새록 그때의 추억들이 하나하나 생각이
난다. 이런 추억은 인생의 끝자락에서나 기억이 되는
것이 아닐는지...
흑백사진 한 장이 이렇게 나를 감상적으로 이끌림은
무엇 때문일까?
분명히 그 교실들은 지금도 그곳에 있어,
다만 내가 사정상 가보지 못했을 뿐이야!
고향에 두고 온 조상의 산소를 찾아보지는 못했어도
언제나 그곳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 이북에 학교를 두고 남한으로 내려와서 사는
사람처럼 변함없이 거기에 그대로 있는 거야.
교실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면 다시 운동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10여개 있고 바닥에 왕모래가 깔린 넓은 운동장
에서 뛰놀던 그곳은 아직도 거기에 있는 거야.
이제는 잘 잊어버리던 교통카드를 절대로 안 잊어버릴 것
같다.
거금을 송년의 밤 기념품으로 준 교통카드에 충전했다.
몇 년 후 지하철카드가 필요 없을 때라도
일반버스용으로 사용할 것이다.
금년 송년의 밤에는 무슨 감격의 기념품을 줄 것인가?
끊임없이 소중한 추억하나만을 남기기 위해 수고하는
총동문회 임원들에게 새삼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
내일이면 추석 보름달이 잘 보인다던데,
나는 그 보름달보다 더 크고 멋있는 흑백사진 한 장을
지니고 다닌다.
절대로 잊지 않을 소중한 나의 추억을....
나만이 간직할 수 없는 소중함을 나누기 위해
종안이가 올린다.